코로나 확진 판정 후 폐렴으로 인해 총 9일간의 입원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혹시라도 저와 비슷한 상황을 겪으시거나 확진 후 호흡기 또는 가슴, 옆구리 통증 등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치료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간의 전체 과정을 글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폐렴 진단을 받았던 환자로서 코로나 확진부터 입원, 치료, 퇴원까지의 전체 프로세스를 제 기준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전체 과정 요약
- 1일차 : 2/21(월) 새벽 가슴 통증 및 옆구리 통증으로 119 통한 응급실 이동 (*입원 시 입구에서 코로나 19 검사 시행 후 오후에 전날 시행한 코로나 검사에서 확진 판정)
- 2일차 : 2/22(화) 오전 각혈 확인, 긴급 병상 신청, 입원 절차 진행 후 입원 완료
- 3일차~7일차 : 2/23(수)~2/26(토) 입원 치료 진행 (준중증 병상 배정, 3인실)
- 8일차~11일차 : 2/27(일)~3/2(수) 입원 치료 진행 (준등증 병상 이동, 5인실) 후 퇴원
#1일차 (응급실 행 그리고 폐렴 진단)
새벽에 갑작스런 가슴 통증과 호흡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 났습니다. 특히 참을 수 없는 것은 옆구리 쪽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을 느낀 것인데요. 특이한 점은, 호흡을 크게 들이쉴 때마다 복부 쪽과 옆구리 쪽 통증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누워도 저렇게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점점 호흡이 불편하다는게 강하게 느껴져서 결국은 119에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119 통화 후 30분 정도 안에 응급대원과 앰블런스가 함께 도착했습니다.
이미 저는 38도 이상의 고열이 있었고 기저질환은 없었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인근 병원 중에서 응급실 병상의 여유가 있는 곳을 바로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점에서 가족이 운전을 하거나 택시 등을 잡아서 근처 병원으로 무작정 가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 병원 마다의 상황이 다르고 막상 병상의 여유가 없어서 자리가 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을테니 바로 119에 연락하여 이 과정을 간소화한 점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중요한 포인트 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근 병원 중에서는 분당 서울대병원, 용인 세브란스병원, 수원 아주대병원이 가장 가까이에 있었는데 응급대원의 통화 결과 그나마 아주대병원의 병실 상황이 나았던 것 같고, 응급대원분들의 안내에 따라 저희는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하고 앰블런스에 몸을 싣었습니다. 보호자는 1명만 대동 가능하였고 아내와 함께 구급차에 올라 빠르게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도착 후 가장 먼저 발열 체크와 문진 작성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엑스레이 검사를 시행하고 난 다음, 1시간 정도 대기실에서의 기다림 끝에 병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원래 동행하는 보호자의 경우 입장할 수 있었으나 아내 역시 발열이 확인되어 이 경우에는 함께 들어갈 수 없다는 기준에 따라 저 혼자 의료진이 밀어주는 휠체어로 병동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입원 후, 바로 피검사와 함께 CT 촬영까지 찍고 난 다음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받았습니다. 처음 의심했던 요로 결석이나 맹장염이 아닌 바로 '폐렴' 진단을 받은 것이지요. 그외 다른 소견은 확인되지 않아서 새벽 4시 경 입원 후 약 5~6시간 만에 바로 퇴원을 해도 된다고 하여 그렇게 생각 보다 빠른 퇴원을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오전에 입원하면서 진행했던 코로나 검사 결과를 오후에 받았습니다. 결과는 '양성'이었지요.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 폐렴은 코로나로 인한 증상이었던 것이지요.
#2일차 (코로나 확진 후 각혈, 긴급 병상 신청과 입원 치료)
퇴원 후 집에서 쉬면서 평소 기저질환이나 폐 관련 질환이 없었던 제가 왜 폐렴 진단을 받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가래를 뱉는데 무언가 묵직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각혈'을 본 것이지요. 근데 일반적인 피 색깔 보다는 훨씬 더 빨갛고 검은 빛깔처럼 진하게 보여졌습니다. 무언가 좋지 않은 신호라고 생각했지요.
아침 각혈 이후 가래 횟수는 더 잦아지고 상황이 안좋아진다는 것을 느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입원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해서 제가 원하는 병원으로 바로 이송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코로나 병상 신청에 대한 프로세스를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코로나 재택 치료자의 경우, 심평원 홈페이지에 나온 집 근처 동네의원에서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받고 관련 약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반관리군 재택치료자 전화 상담·처방 가능 동네 병·의원 안내】_2022.03.04. 업데이트 리스트를 통해 가장 가까운 소아과에 전화를 걸어 비대면 진료 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바로 원장님과 통화 연결이 가능했고 저의 상황을 말씀 드리니 현재 각혈의 경우, 매우 심각한 상황이니 곧장 입원 치료를 받으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코로나 입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가지 절차가 필요했습니다.
우선, 코로나19 환자라고 해서 119로 곧장 전화한다고 원하는 인근 병원으로 임의로 지정하여 이송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급하다고 생각해 곧장 119 전화 찬스를 사용해서 자초지종을 설명 드렸으나 코로나 확진 이후 관련 치료나 입원을 위해서는 119가 병원을 정할 수 없고 보건소가 이를 '지정'해주고 다면 그 다음 이송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확진 후 입원 치료를 희망하신다면 먼저 보건소의 안내를 받으세요. 119의 경우 정말 위중한 호흡 곤란이나 산소포화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만 병원 이송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119 통화 이후 아래 보건소를 통해 다시 긴급 병상을 신청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용인시 기흥구에 살고 있어서 아래 연락처를 통해 코로나 관련 긴급 병상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기흥구 보건소 긴급 병상 신청 관련 연락처 : 031-324-7952, 7953, 7955
보건소 담당자 분과 통화기 연결되어, 우선 폐렴 진단을 받은 사실과 현재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각혈 등 좋지 않은 상황이 받아들여져서 이르면 오후 중이나 늦어도 다음날 중으로는 병상 배정을 받고 입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먼저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후 6시가 될 때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느껴서 그 사이에 문자로 받은 자가역학조사 링크를 통해 역학 조사를 작성하여 제출을 여러번 눌러도 오류 메시지가 뜨면서 역학 조사 마무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게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어 다시 보건소와 통화를 한 결과, 역학조사가 아직 작성(완료)되지 않아 다음 병상 배정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역학조사팀에서 연락이 갈 것이니 기다리라는 답변과 함께 머지 않아 전화가 왔고 저는 그렇게 자가 역학 조사를 '온라인'이 아닌 '구두'(수기)로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2-3시간 이내에 보건소 담당자 분과의 추가 통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입원 치료를 확정하기 위한 의사 선생님과의 마지막 문진이라는 과정을 통화로 마치고 난 다음, 입원 치료가 최종 확정 되었다는 답변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녁 중에는 앰블런스가 찾아갈 예정이니 짐을 싸면서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고 동시에 입원 치료자에 대한 안내 문자를 보내주셨습니다.
병원 마다 상황은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위생(세면)도구, 스마트폰 충전기, 편한 슬리퍼, 티슈, 물티슈 등을 준비하면 되고, 그 외 혹시라도 입원할 때 가져오지 못한 물품은 인편이나 택배를 통해서도 수령이 가능합니다. 주의할 점은, 입원 당시 입고 왔던 옷과 신발 그리고 기본적인 용품은 모두 '폐기'가 원칙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원할 때는 버려도 괜찮을 것 같은 옷과 신발을 갖고 들어가면서 밀봉하여 퇴원 시 입고 나올 옷과 신발을 함께 챙겨서 가져오라는 안내가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입원 기간 동안 병상 생활을 하면서 입을 수 있는 옷은 부직포 형태의 가벼운 옷을 제공해 주시는데 환복하고 싶을 때 말씀 드리면 새로운 옷을 꺼내 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점심 정도에 긴급 병상을 신청하고 그날 밤 9시 정도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남병원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병상 상황에 따라서 집에서 몇 십 km 떨어진 병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다행히도 집에서 차로 5분거리의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배정되었네요. 계산해보면, 긴급 병상 신청부터 입원까지 약 9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네요.
입원 직후, 곧장 짐을 풀고 준중증병상(3인실)에 배정 받은 다음 늦은 밤이었지만 곧장 영상 촬영실로 이동하여 엑스레이 및 CT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랜 입원 기간 동안 유일하게 병실 밖을 나올 수 있었던 마지막 이벤트였지요.
참고로, 코로나 거점 병원으로 입원하게 되면 퇴원 전까지는 스스로 병실 바깥을 나올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필요한게 있다면 콜을 눌러서 도움을 받거나 지원을 받아야 하고요. 이렇게 본격적인 코로나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정리하면, 코로나 입원 치료 절차는 보건소 통한 긴급 병상 신청 -> 병상 배정 관련 안내 -> 의사와의 최종 문진 -> 입원 여부 확정 -> 병원 이동 -> 입원 이라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3일차~7일차 (입원 치료 / 준중증 병상 배정, 3인실)
입원 이후 병원에서의 치료는 매일 규칙적인 패턴과 일정으로 모든 진료와 검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난 입원 기간 동안 병원에서 매일 이뤄진 일정을 간략히 정리한 내용입니다.
[폐렴 환자 기준 입원 생활 패턴]
- 오전 3:30 피뽑기 (*이때부터 하루가 시작됨)
- 오전 5:50-6:00 혈압, 온도, 산소포화도 측정 1회차
- 오전 7:15-7:30 아침식사
- 오전 8:00 항응고제 주사 투여 (*매우 아픔, 맞다보면 팔뚝이 아파서 배에 놓아주기도 함)
- 오전 9:15-9:30 혈압, 온도, 산소포화도 측정 2회차
- 오전 중 엑스레이 촬영 (매일 1회씩 촬영, 일요일이나 공휴일은 제외)
- 오전 11:30-11:45 점심식사
- 오후 3:30 혈압, 온도, 산소포화도 측정 3회차
- 오후 5:30-45 저녁식사
- 저녁 9:00-10:00 혈압, 온도, 산소포화도 측정 4회차 (잠들기 전 마지막 측정)
그 외에는 3일에 한번씩 링거 바늘 교체가 진행되었고, 입원 직후부터 매일 약 5일 정도에 걸쳐서 코로나 항체 치료제로 알려진 람데시비르를 하루 1회씩 수액을 통해 맞았습니다. 팍스로비드는 경구 치료제여서 입원 환자의 경우에는 이렇게 수액을 통해 맞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저는 입원 당시 산소포화도가 8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 코를 통해 고함량 산소주입을 받으면서 생활 했고, 준중증병상(중환자 직전 단계)에서 준등증병상(일반병상 단계)으로 옮기면서 이 것 역시 일반 산소주입기로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분들은 입원과 동시에 저와 같은 고함량 산소주입기를 당분간 코에 껴서 생활하시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보건 당국이 규정하는 코로나 관리 체계에 따르면 병상 구분은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나눠집니다.
중증 병상 > 준중증 병상 > 중등증 병상 > 생활치료센터(무증상, 경증)
제 경우, 입원은 준중증 병상으로 했고 5일 이후 중간에 차도가 생김에 따라 나머지 기간은 준등증 병상으로 옮겨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아래 단계는 생활치료센터로 불려지며 무증상 혹은 경증 중에 재택 치료가 어려우신 분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입원 치료는 중등증 병상부터 시작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8일차~11일차 (입원 치료 진행 및 퇴원 / 준등증 병상 이동, 5인실)
입원 후 5일 만에 염증 수치가 잡히고, 엑스레이 촬영에서도 경과가 있다고 하여 병실에 이동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희소식이었지요. 코로나 병상 여건상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그리고 더 위중한 환자들을 위해서 준증 병상에 대한 확보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같은 층에서의 이동이었지만 기존 3일실에서 보다 쾌적한 5인실 병실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입원한지 약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퇴원을 고려해보자는 이야기를 간호사 선생님으로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퇴원일을 게런티 할 수는 없지만 엑스레이와 피검사 등을 종합해서 1차 퇴원일을 잡아보자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입원한지 9일이 된 아침 의료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마지막 엑스레이 촬영 및 아침 피검사 결과, 퇴원 준비를 해도 되겠다고 하네요. 선택권은 점심 전 퇴원이냐 점심 후 퇴원이냐 였고,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점심 전 퇴원을 결정하였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강남병원 기준으로 오전 퇴원 시간은 11시이며, 오전 10시 경부터 입원 관련 안내와 함께 짐 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와 같이 퇴원하기 전에 4종 보호구 착용을 해야 합니다.
입원 당시 밀봉해서 가져온 외출복과 신발로 환복을 마친 다음, 병원에서 제공해준 4종 보호구까지 착용하고 기다리면 의료진이 퇴원 절차에 따라 안내를 해줍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왔던 짐은 모두 폐기 되며, 꼭 챙겨야 하는 전자제품이나 물건 등만 가지고 나갈 수 있습니다. 몇가지 두고 나오기 아쉬운 것들도 있었지만 이미 오염이 된 물건들일 수 있어서 굳이 애쓰지 않고 병원에 두고 퇴원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병원비의 경우 코로나 거점 병원에 입원하여 코로나와 관련된 모든 치료는 개인 부담 없이 정부 지원으로 제공됩니다. 단, 코로나와 관계없는 개인 질병이나 별도 처방이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 부담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 경우 미리 의료진의 안내를 받고 치료를 이어가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무사히 퇴원 절차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두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만큼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회복하여 퇴원해서 조금이나마 기억을 잊지 않도록 글로 정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끝으로, 지난 9일간 성심성의껏 밤낮 가리지 않고 저의 치료를 위해 애써주신 강남병원 의료진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이 있어서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이 코로나 시대의 진짜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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